60분의 1초에 너를, 나를 가두다


# 1.

다만, 널 사랑하고 있어 ( ただ、君を愛してる: Heavenly Forest ) 라는 영화가 있다.
미야자키 아오이와 타마키 히로시라는,  일본의 드라마나 영화에 관심이 굳이 없다고 하더라도 한 번쯤은 들어봤을만한 배우들이 출현해 신입생의 풋풋한 캠퍼스 생활과 지고지순한 사랑을 그려내는 영화로,  시작하여 끝날때까지 - 사랑, 첫 키스, 순애보, 연애, 짝사랑, 여행, 등 -  청춘이라는 단어가 아우를 수 있는 모든 것을 착하게, 아주 사랑스럽게 잘 등장시킨다. 그런데 여기에서 조금 의외의 것도 등장하는데 ... 

그것은  바로 '사진'이었다.
청춘과 사진의 등호가 어떻게 성립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, 어쨌든 극의 초중반 가릴 것 없이 '사진'은 남자주인공 세가와 마코토 (이하 : 마코토)와  여자주인공 사토나카 시즈루 (이하 : 시즈루)를 연결시켜주는 매개물로서 계속 등장하며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.  예컨대, 둘의 첫 만남 (마코토가 시즈루의 사진을 찍다) , 둘의 피어나는 사랑 (마토코가 사진을 찍는 공간), 둘의 첫 키스 (시즈루가 사진으로 남긴다), 둘의 진로 (마코토와 시즈루 둘 다 전문 사진가를 목표로 삼게 된다) , ...심지어는 마지막 유품까지 !(시즈루는 마코토에게 남기는 선물로 사진전을 남긴다)

그런데... 왜 하필 사진이었을까 ?
DSLR 카메라의 대중적 보급에 대한 현 상황 때문 ?,  혹은 Canon에 대한 간접 광고 때문 ?, 구체적인 이유라기보다는 그냥 시나리오 상의 아이템 ?  등등 ...  여러 가지 이유가 생각났지만, 그 중 정확히 어떤 것을 노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. 어쨌거나, 착한 사랑을 그리는 이 영화는 사진을 이용하여 순애보의 퍼즐을 맞춰나간다.  




# 2.

나는 불안하다. 두렵다. 지금 이 순간이, 이 행복이 곧 지나갈 것이라는 게
물론, 다음번에도 난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. 어떤 또 다른 상황, 혹은 이유로 인해.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때의 행복이 지금 이 순간의 행복과 온전히 같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. 이것은 필연적이다. 순리다. 법칙이다. 그래서 곧, 불안과 두려움이 된다. 다시 경험할 수 없다는 이유로. 
결국, 역설적이게도 나는 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해 너무나도 불행하게 되버리고 만 것이다.

이러한 나의 공포는, 욕망은, 사진기를 알게 되면서 사그러드는 듯 했다. 아니, 오히려 기대가 생겼다. 한 번의 셔터로 행복한 그 순간의 시공간을 영원히 소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푼 꿈을 꾸게 되었다.  소잔 손택이 말했던 것처럼 - " 요컨대 사진은 체험이 포착된 것이며, 카메라는 체험을 포착하여 담아두려는 인간의 소망에 가장 이상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다 " - 나는 이 이상적인 도구가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것이라 생각했다. 그러나,
현실은 그렇지 않았다. 그 도구는 가장 이상적인 도구 임에는 틀림 없었지만 그저 그 뿐이었다. 가장 이상적일 뿐이지, 완전하지는 않았기에 오히려 공허함은 더욱 커져갔다.



# 3.

몇일 전, 여자친구가 내게 화를 냈다. ( 아니, 정확하게는 화낸게 아니라  나 혼자 그녀가 내게 화냈다라고 느낀 것이었지만, 어찌되었든 ) 
원인이란, 이러했다. 문제가 생긴 그녀의 노트북을 내가 손보게 되었는데, 그 과정에서 내가 그녀의 노트북에 저장되어있던 사진들을 아무런 상의도 없이 멋대로 가져가버렸다는 것이다. 뭐, 나로서는 변명할 것도 많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상의없이 가져간 것은 맞기에 사실 그녀가 화를 내도 딱히 할 말은 없었다. 스스로도 잘못한 건 맞다고 생각했고.
그런데,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. 이게 왠걸 ?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막상 그녀의 화를, 질책을 듣고 나니 마음이 많이 상했다. 나중에는 그 당시 상황의 특수성까지 합쳐져 우울해지기까지했다.  뭐, 지금이야 괜찮으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그 때는 그랬다.

사실, 나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. 사진을 찍어도, 사진을 가져도, 과거의 기억은 현재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. 
더욱이 문제의 그 사진들은 나와 함께 있지 않은 곳에서 그녀가 혼자 찍은 사진이었기에,   이미지로서의 역할만 가질 뿐, 그 어떠한 서사적 특수성도 가지지 않고 있었다. 즉, 나랑 공유한 것이 그 안에는 없었기에. 그 안에는 어떤 행복도, 추억도 없었다는 것 이었다. 그것은 내게 전이해줄 것이 아무것도 없는,  그냥, jpg 이미지 파일이었다. 

그런데도, 나는 그것을 욕망했다, 소유하고 싶어했다. 결국 소유하였다.
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?
내가 바보인건가 ?  왜 부질없는 행동을 한 것일까 ?
,,, 잘 모르겠다.

어찌되었건, 지금도 확실히 알겠는 것 하나는 ...
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든, 완전하지 않든, 공허함을 메꾸지 못하든 간에 ... 나는 앞으로도 이러한 행동을 쭈욱,  계속 할 것이라는 것이다.
사진을 찍고, 사진을 보는.
혹은 상황에 따라서는  또 다른 기타의 방법까지  - 일기, 녹음, 편지, 등 - 동원해가며 말이다.

왜 그러냐고 ... 꼭 설명을 하라 한다면 궁색하지만,
이것말고는 설명을 못할 것 같다. 


'다만,  나사랑하고 있으니까 '
 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p.s : 문제의 그 '사진'과 16일 포스팅의 진실









by 앨리스 | 2009/12/22 18:55 | 애(愛) | 트랙백 | 덧글(0)

트랙백 주소 : http://elfcersia.egloos.com/tb/5203663
☞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(트랙백 보내기) [도움말]

:         :

:

비공개 덧글

◀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▶